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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그림, 새 문서, 새 폴더]

송부도 2017. 8. 6. 13:32

 새를 그리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새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이게 10일동안 새에 대한 책을 내는 과제로 작용했을 때는 그리 즐겁진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 과제, 소장용으로 제작한 책입니다. -

- 언젠가는 증보판을 제작, 판매할 생각이 있습니다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

- 본 게시글에는 책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 (4분의 3 정도) -

- 본 게시글은 준의 저작물입니다. 삽화와 글의 무단 도용, 재배포 등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금합니다.



까치

-흰 도포에 검푸른 두루마기-



까치는 흔한 새이다. 새를 동정(* 생물종을 확인하는 작업) 할 때에 참새와 함께 새의 크기를 판별하는 데에 좋은 기준이 되며, 본 책자에서는 까치를 제외한 새의 크기를 까치 또는 참새의 크기에 빗대어 서술하였다.

 

조상들이 까치를 길조로 여겼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과도 같다. 여러 민화에도 까치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며, 노랫말이나 시가에도 종종 등장하는 친숙한 새이다. 그렇다면,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 라는 말은 어떤 습성에서 유래된 것일까?

 

까치는 영역 의식이 강한 동물이다. 높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그 주위의 넓은 부분을 자신의 영역으로 간주하며, 누군가가 침입하면 큰 소리를 내어 방어하려 한다. 큰 위협을 느낄 때에는 상대에게 달려들어 공격하곤 하는데, 이런 호전적인 성질을 가진 까치 종 중 하나인 물까치(Azure-winged magpie) 가 자신의 영역을 지나는 사람이나 동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종종 구설수에 오를 때가 있다. 과거 고르지 못한 먹이 분배로 까치들의 분노를 산 내 경우에는, 교복 바짓단이 까치들의 공격으로부터 멀쩡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성질과 동시에, 까마귀목에 속하는 까치는 6살 어린이와 유사한 지능을 가진다. 익숙한 것과 처음 보는 것들을 구분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끄럽게 울음으로써 쫓아낸다. 까치가 사는 나무가 근처에 있는 집의 주인에게는 한동안 오지 않던 반가운 손님인 것이, 까치에게는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이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상들은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직박구리

-폴더 이름이 아니야-



직박구리는 어째서인지, 사람들에게 폴더 이름으로 유명해진 새이다. 가깝고도 먼 새라고 칭할 수 있을까. 부끄러운 파일들을 모아두는 폴더 이름으로 직박구리가 쓰인 것에 대해, 직박구리 폴더에 실제 직박구리 사진을 모아 두는 이로써 직박구리는 꽤나 매력적인 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직박구리는 어째서인지 대중에게 삑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는 직박구리가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기보단, 제 울음소리로 존재감을 폭발시키기 때문이리라. 직박구리는 보통은 숲에서 사는 새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영역을 지키거나, 동족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크고 째지는 듯한 울음소리를 낸다. 이 새들이 숲보다 시끄러운 마을들로 거처를 옮기며 더욱 큰 소리로 신호를 주고받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동네를 걷다 보면 삐이이이이익!“ 하는 직박구리의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게 된다.

 

직박구리는 보통 봄과 초여름에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온다. 이는 당분을 좋아하는 직박구리의 식성 덕분이다. 산수유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기도 전에 산수유 꽃을 먹거나 진달래 꿀을 빨고, 늦봄에 버찌가 열리면 벚나무에 앉아 원하는 만큼 버찌를 먹는다. 동네에 만들어 둔 조류 모이대에 과일을 꽂아 두면 가장 먼저 찾아와 식사를 즐기는 새도 직박구리이다. 분명 곤충을 먹는 것을 관찰한 것 같으나, 그것보다는 과일을 먹을 때 더 즐거워 보이는 새이다. 가끔은 공중으로 동그란 열매를 휙 던졌다 삼키곤 하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버틸 수가 없다.

 

단 걸 좋아한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매력있지만, 그 외의 직박구리의 매력을 말하고자 한다면 직박구리의 알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잘 익은 버찌를 잔뜩 먹으며 살아와서일까, 직박구리의 알은 낡은 화선지 같은 흐린 회색 바탕에 자주색과 분홍색 반점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물방울 모양의,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알의 위쪽에는 한두 개 뿐이던 꽃잎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릴수록 층층이 쌓인 것 같은 지극히 동양적인 정취의 알이 그렇게도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이전에는 직박구리 둥지를 찾아서 알껍질을 주우러 다니기도 했었는데, 도통 껍질이 발견되지 않아 아직도 사진으로 만족하고 있다.



물총새

-물고기 잡는 호랑이-



물총새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은 이 새의 이름과 이명들에게서 비롯된다. 물에 총알처럼 뛰어든다고 해서 물총새, 고기잡이의 왕이라고 해서 킹피셔, 고기 잡는 호랑이라는 뜻의 어호(魚虎). 낚시터의 제왕, 고기 낚는 데에 있어서 천재나 다름없는 새.

 

물총새의 고기 사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먼저, 강가에 툭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앉아 빤히 수면을 본다. 이때, 물총새는 자신의 그림자가 수면에 드러나지 않게 태양을 등진다. 그렇게 치밀하게 사냥감의 존재를 확인하고, 물속에 고기가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 그대로 앉아 있던 곳에서 날아올라 물속으로 총알처럼 돌진한다. 이때, 물총새의 눈에는 눈꺼풀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순막이 덮여, 물총새가 완전히 물속에 들어가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길고 날카로운 부리로 물고기를 꽉 물고 그대로 물 밖으로 나온다. 여기까지, 보통 20초를 넘기지 않는다. 깃털이 젖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이다.

 

부리 안에 있는 안으로 난 돌기를 통해 물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붙들고, 물총새는 어쩌면 우리에게도 익숙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한다. 물고기를 단단한 나뭇가지나 돌 위에 패대기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기절시키는 작업이다. 가끔 물고기가 여전히 정신을 붙들고 있다면, 서너 번 더 내려치면 그만이다.


육식을 하는 새들이 다 그렇듯이, 물총새도 소화되지 않은 뼈나 비늘 등이 뭉쳐진 형태의 배설물인 펠릿을 뱉는다. 올빼미나 매의 털이 들어 있는 펠릿과는 달리 물고기 비늘로 이루어진, 반쯤 액체 같은 모습인 물총새의 펠릿은 땅굴을 파서 둥지를 트는 물총새에게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다. 약간의 지방질이 함유되어 있기에, 땅굴의 벽에 펠릿을 바르면 단단하게 굳어 더 이상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땅굴이 완성된다. 물론, 생선의 비늘과 뼈, 기름이기에 여름에 생기는 악취는 책임지지 않는다.



털발말똥가리

-납으로 만들어진 왕좌 위에 서서는-



말똥가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그 생물이 곤충인 줄만 안다. 어째서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 머릿속에 아 맞다, 쇠똥구리.’ 이런 문장이 떠오르면,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다. 여전히, 말똥가리라는 새는 내 안에서만 친숙한 듯 하다.

 

말똥가리, 친숙한 듯 하면서도 아닌 이름이다. 삽화에 나온 털발말똥가리가 아닌 그냥 말똥가리”(Common buzzard) 의 어원은 별 것 없다. 온 몸을 덮은 황갈색 깃털이 말똥 색이라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나은 이름으로 바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털발말똥가리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세 종의 말똥가리(말똥가리, 큰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종 중 가장 동정이 쉬운 종이다. 황갈색인 다른 말똥가리 두 마리와는 달리, 회백색, 흰색, 또는 크림색의 깃털이 몸과 날개 안쪽에 분포하며, 이는 개체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나는 털발말똥가리를 종종 커피 맹금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때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갈색 깃털 부분을 커피, 흰색 부분을 우유 거품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머릿속에 털발말똥가리를 한 마리 그려 보자. 어떤 모습을 상상하건 간에, 귀여울 것이다. 커피색 맹금류가 있다는 것은, 지구에서 살아야 할 의지가 조금은 더 생긴다는 의미이다.


 사실 털발말똥가리는 이 책에 수록된 새들 중 유일한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라는, 조금은 슬픈 칭호를 달고 있는 이 새들을 가장 크게 위혐하는 것은 서식지 파괴와 중금속 중독이다. 말똥가리들은 맹금이다. 이는 자연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라는 것이고, 중금속에 중점을 두고 말한다면 수많은 중금속들이 쌓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중금속 또는 독극물이 축적된 볍씨를 먹은 초식동물은 말똥가리를 포함한 맹금들에게 잡아먹히고, 이로써 점점 축적된 중금속은 한 순간에 말똥가리를 금성 쇼크로 죽이거나 생식 능력에 해를 입혀 더 이상 알을 생성할 수 없게 한다.

 

왕위에 서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지만, 글쎄, 납은 어쩌면 말똥가리에게는 너무 무거운 왕좌일 수도 있겠다.




- 후기 -


이것은 후기입니다.

현재 시각은 84, 오전 328분입니다. 그리고 아직 쓸 내용이 남았죠.

 

내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면 모니터가 나를 들여다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트북 앞에 10시간은 넘게 앉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학 동안 열심히 새 연구를 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역시 새가 최고야

 

꿈의 학교에서 도감을 만들어가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지만, 어째서인지 도감이 아니라 마음대로 새 이야기 하는 책이 되어버렸지만 뭐 어때요. 아까까지 말했듯이, 새는 귀여운걸요.

 

이걸로 조류학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작은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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