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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s-

쇠부엉이/Short-eared owl

송부도 2017. 6. 3. 19:25

 올빼미와 부엉이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이아기에 많이 등장한 새입니다. 영미권에서는 올빼미와 부엉이를 모두 "Owl"로 표기하지만, 한국은 두 가지 이름으로 나눠지지요. 사람들에게 올빼미와 부엉이의 구분법을 물으면 대부분은 머리 위에 난 삐죽한 귀깃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이 항상 통하지 않는 새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귀깃의 유무로 이름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엉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귀깃이 보이지 않다고 다가 아닙니다./Neil Morrison]


 쇠부엉이는 몸길이가 35cm~45cm까지 자라는 중형 부엉이입니다. 둥근 머리에는 하얀 테가 나 있으며, 대체로 노란 눈의 언저리는 까맣습니다. 몸의 윗면은 연갈색과 갈색의 얼룩 무늬 깃털로 덮여 있고, 배는 크림빛 나는 갈색에 갈색의 세로 줄무늬가 나 있습니다. 새까만 부리와 발톱은 단단히 휘어 있어, 딱 봐도 이 새가 맹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귀깃이 있습니다./Harold Stiver]


쇠부엉이의 영어 이름은 "Short eared Owl", 직역하면 짧은귀부엉이가 됩니다. 영어권 국가들도 이 부엉이의 귀깃이 다른 부엉이들에 비해 짧다는 것을 느꼈나 봅니다. 한국에서 쇠부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수리부엉이나 칡부엉이에 비해 작은 부엉이라는 의미와, 작은 귀깃을 가진 부엉이.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우앵글로 본 쇠부엉이입니다./Sandra and Frank Horvath]


쇠부엉이의 학명은 "Asio flammeus" 입니다. "Asio" 는 귀깃이 있는 Owl, 우리나라에서 흔히 부엉이로 통용되는 속명이고, "Flammeus"는 "화염 같은"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화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회갈색의 깃을 가진 새가 왜 화염 같다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이는 쇠부엉이의 목에서 시작해 배에서 흐려지는 진한 색의 깃털이 불꽃을 연상시켜서 붙은 종명이라고 합니다.


[실수로 태운 핫케이크가 아닙니다./John Schwarz]


아까까지만 해도 연해 보이던 쇠부엉이가 어딘가 어두워져서 나타났습니다. 이 사진이 아니어도, 위 사진에서 쇠부엉이의 색이 조금씩 다른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시는 분도 있으셨을 텐데요, 이는 쇠부엉이가 총 10개의 아종으로 또다시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쇠부엉이는 주로 북부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많이 분포하지만, 사진의 쇠부엉이처럼 갈라파고스 섬에 서식하는 종도 있고, 이어서 말할 하와이에 사는 종이 있는 등,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합니다.


[푸에오는(은) 무엇을 할까?/pinterest, 포켓몬코리아]


야생의 나몰빼... 쇠부엉이입니다. 포켓몬스터 7세대, "포켓몬스터 썬.문"의 배경이 되는 "알로라 지방" 은 실존하는 하와이 제도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선택이 가능한 포켓몬 세 마리 중 하나인 "나몰빼미"는, 하와이에 서식하는 쇠부엉이인 "푸에오"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보통 나무에 둥지를 트는 쇠부엉이들과 달리, 풀이 많이 자란 초원에 둥지를 트는 푸에오의 습성에 맞게, 게임 내의 나몰빼미와 그 진화형들은 모두 풀 타입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모티브가 쇠부엉이인데 어째서 나부엉이가 아닌 나몰빼미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역시 귀깃이 잘 드러나지 않는 동그란 머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푸에오들은 우리들에게 SOS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SOS는 Sick Owl Syndrome. 아픈 올빼미 증후군의 줄임말으로, 갑작스러운 푸에오들의 떼죽음의 주 원인으로 알려진 증상입니다. 이 증상의 주 원인은 기생충 감염이나 과도한 빛으로 인해 떨어진 쇠부엉이들의 면역력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SOS에 걸린 쇠부엉이들은 잘 날지 못하고, 균형감각이 극도로 떨어지는 등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아 금새 사고를 당해버립니다. 이 증상에 대한 추가 연구 결과가 생기는 대로 다시 포스팅하겠습니다.


[눈이 예쁜 쇠부엉이입니다./StockPhotos]


 다시 쇠부엉이의 이야기로 되돌아와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쇠부엉이의 가장 큰 매력은 눈가에 나 있는 검은 깃털입니다. 올빼미목 새들의 눈은 다른 새들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빛을 잘 이용해야지만 시각 손상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쇠부엉이의 눈가 깃털입니다. 샛노란 개나리색의 홍채가 돋보이도록 하는 역할은 예상하지 않았겠지만, 이 까만 깃털은 낮에도 활동하는 쇠부엉이가 눈이 부시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행 중인 쇠부엉이입니다. 각도가 예술입니다./Jamie Macarthur]

 

 영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쇠부엉이의 날개짓은 박자가 뚜력하지 않아, 마치 박쥐나 나방의 날개짓 같다고 합니다. 확실히 쇠부엉이의 날개는 몸에 비해서 크고, 그렇기에 날개짓 한 번에 몸이 끌려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주 비행 수단이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는 활공인 만큼, 확실히 새 같은 면모를 줍니다.


[자신만만하게 당신을 보는 귀여운 쇠부엉이입니다./Gregg Thompson]


 오늘은 숨은 귀깃의 새, 쇠부엉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 중 귀깃이 드러난 사진은 두 장 뿐이었습니다. 필자는 아직 야생의 쇠부엉이를 만난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조우하게 될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올빼미목 새들의 SOS가 묵인당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기도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자료 참고:

 Wikipedia- Short-eared Owl

 All about birds- Short eared Owl


Special Thanks:

항상 쇠부엉이를 좋아해주시고, 제 조류 연구를 응원해주시는 "로토무"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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